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영화


이 영화와 비슷한 책을 찾으라면 <바른생활>이나 <도덕>을 들 수 있겠다.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비호감은 영화를 본 후 꽤 사라졌지만, 이 한숨나오는 맥락없는 영웅물에 대한 비호감이 그 몫을 차지했다. 천만관객이 든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이젠 확신한다.


울트론의 생각이 꼭 다 틀린것만은 아니었다. 어벤져스가 없었다면 그 사단도 안났을텐데. 아무리 오락영화라지만, 스토리에 구멍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지적하는건 무의미해보인다. 의도한 부분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특히 퀵실버의 무상한 죽음이 그렇다. 신과 비인간들 사이에 있다보니 확실히 엑스맨에서보다는 퀵실버의 능력이 딸려보였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마도 천만관객을 견인한 주요 동력 중 하나였을 서울로케의 결과물을 본 소감은 이렇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서울은 다분히 의도적인 후줄그레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서양인이 보고 싶은, 일본이 아닌 현대 동양의 모습이란 어떤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참 별로였다. <매드맥스>를 본 후에 봐서인지 액션도 별 감흥이 없고, 특히 쓸데없이 교조적인 대부분의 대사는, 그들이 하는 짓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무시해야만 나올 수 있는것들이라서 아니꼽고 지루했다. 더불어, 이 영화의 번역은 거의 최악이다. 개그포인트는 모두 절묘하게 한박자씩 놓치고 있는데,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봐온 다른 영화들의 번역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건 스칼렛워치역의 배우. 예전에 스틸컷을 봤을때는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에서 보니 매력터짐.


마지막으로, 호크아이는 여기 첨부하는 동영상을 보고 궁수로써의 본인을 반성하고 더 실력을 갈고닦길 바란다. 어벤져스 제작팀에게도 이 동영상 관람을 추천한다.


https://youtu.be/BEG-ly9tQGk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영화


이 영화에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은 사이즈의 상영관에서 봤다는 것 정도.

물론 이것도 영화가 잘못한 건 아니고 이 영화의 위대함을 몰라본 나의 불찰일 따름..

큰 상영관에서 한 번 더 볼 예정.


잔재주가 난무하는 요즘 영화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묵직한 액션 영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에서의 질주는 복잡한 도심에서의 질주씬보다 스피드감은 덜하지만,

대신 오직 전투와 생존만을 위해 개조된 야만적인 탈것들의 중압감이 선사하는 무게감이 굉장하다.

고도로 설계된 정교한 자동차의 기술들 대신,

생존에의 돌진만이 존재하는 굵고 진한 직선 같은 영화.


말하자면, 두 시간짜리 예고편 같다.

두어번 쉬어가는 타임을 빼고는 쉴틈없이 관객을 몰아치는데,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영화 끝나고도 한참동안 여전히 심장이 계속 쿵쾅대더라는.


가히 모든게 잘 어우러지는 한 편의 근사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영화의 배경과 장면, 의상, 또 다른 주인공인 탈것들의 디자인 모두가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야생도 야성도 아니고, 야만이라는 단어가 꼭 맞는다.

이토록 완전히 조화롭게 가상 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을 볼 수 있는건 대단한 행운인 것 같다.

심지어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정도로 감격.


이 노감독이 가진 묵시록같은 세상을 극복하려는 주체와 그들을 대하는 시선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굳이 철학적 사유를 부여하지 않아도 부족함 없이 훌륭한 영화지만,

대사도 별로 없는 와중에 주제의식과 사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으니 그저 대단할 따름.


다만, 페미니즘이라는 사조를 굳이 갖다붙이려는 건 이 영화의 순수한 오락적 가치를 바래게 하는 불필요한 수식어일 뿐더러,

실상 주체적 여성을 그리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

이를테면 와이프이자 애완동물이던 여인들의 캐스팅이 지극히 현대적 기준의 모델들이었다는 점이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퓨리오사 캐릭터의 사고방식이나 의사결정, 신체적 능력 등은 남성적이라 볼 수 있다는 점 등.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그린 신석기 시대가 문득 떠올랐는데, 자원의 획득 주체가 남성인 원시사회를 상상해보면 이 영화에서 여성의 지위와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종교와 세뇌에 관한 풍자가 더 돋보였는데,

사랑으로 갱생한 눅스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라... 어쩐지 감독판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포함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작품의 의도가 얄팍한 계산에 의한 가식이든, 어찌할 수 없는 의식의 한계에 의한 묘사이든간에,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의 가치는 액션이다.

몇몇 육탄전과 대부분의 자동차 격투씬으로 이루어지는 이 영화의 액션은 진심으로 요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날것의 느낌이었다.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호주 바이크대회 우승자들과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이 직접 스턴트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느낌이 살아있다.


잔재주가 없다고 앞서 묘사했지만, 대신 영화의 배경과 같은 세계에서라면 정말 취했을 법한 다양한 전투 방법이 그려진다.

극 초반 워보이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폭렬탄과 창으로 공격하는 장면은 고대 로마 등에서 사용하던 2인1조의 전차와 유사하고,

후반에 나오는 장대의 탄성을 이용한 전술에는 허, 참! 싶었다.


<몬스터>를 보진 않았지만, 여우주연상 수상할만하다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던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무척 좋았고,

아껴마지 않는 톰 하디도 당연히 매우 좋았다.

<배트맨>에서도 얼굴에 뭐 뒤집어쓰고 나오더니 여기서도 절반을 뒤집어쓰고 나와서 좀 애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합성같은 목소리는 절대우위.

지인은 오랜만에 영화에서 <X-File>의 멀더와 스컬리 같은 전우애와 썸 사이의 기류를 느껴서 좋았다고 했는데,

극 후반부에서 맥스의 애절한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는 이 삭막하고 남성적인 영화의 거의 유일한 심쿵파트 ㅎㅎ

(그래도 내 마음속에 톰하디 최고의 작품은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이 영화가 별로였다는 사람은 딱 두 명 봤는데, 그들은 원래부터 로맨틱 코메디가 취향인지라...

그게 아닌 이상에야 모든 이들의 심장을 바운스바운스하게 할 명작이 아닌가 한다.

명작은 다 옛날에 만들어져서 더이상 나올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결론은 강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영화


4시간 반짜리 30년 전 상마초 판타지 갱스터 무비.

이 영화가 인생의 영화라는 사람들 열의 아홉은 성인-중장년층 남성일듯하다.

아무래도 철저히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그려진 영화다보니 딱히 감정 이입도 안되고, 뭐 그랬다.

줄거리도 이미 이 영화가 나온지 30년이 더 지나서 그런지, 지금 봐서는 새로울 것도 없다.

베일리 장관의 정체는 1부 안식처 씬에서 이미 다 짐작 가능하고...


4시간 반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 보고 나면 왜 7시간짜리 버전이 있는지 납득할 정도.


영상의 표현은 모든 세기에서 항상 세련되어지고, 현재를 살고 있는 나는 언제나 가장 최근의 세련됨에 익숙해지니,

1984년 당시 세계가 경탄해마지않았을 유려한 미장센이라든지 참신한 기법의 가치를 영화학도도 아닌 내가 알리는 만무하고.

예술 불변의 가치인 '이야기'에마저 이입이 힘들었으니, 결론적으로 내게는 그냥 그랬던 영화.

마지막 반전 부분과 라스트씬에서 감동의 쓰나미를 느끼기엔,

이미 4시간 10분을 강 너댓개쯤 건넌 마을 불구경하듯 보아왔으니 그냥 허허 볼밖에...


말하자면, 잘만들어진 훌륭한 음식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 입맛엔 별로였다는 얘기다.






연예계 뉴스 단상 뉴스단평

무서운 사고방식과 표현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그에 대한 호응과 변명이다. 보편적 공감대를 거스르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비인간적인 가치관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의 근간에 과연 뭐가 있겠는가?

명백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그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와 믿기 힘든 저속한 표현들은, 일언반구 옹호할 가치가 없다. 사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사적인 자리에서도 듣기 싫은 내용일 것이 분명하다. 내가 보편적인 취향을 착각하고 있을 정도로 이 사회가 썩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족구왕 The King of Jokgu (2013) 영화


-------( 스포있음 )--------


젊음에 전염되다 !
청춘에 빠져들다 !


요즘 인디영화 재상영중이라, 손꼽아 기다렸다가 지난 주말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보고 왔다. 같이 보기로 한 사람이 약간 늦게 일어나서 초조한 마음에 극장에 전화를 걸어 "혹시 다 매진됐나요?" "음... 아니요. 예약 한 분 계세요." 그렇다, 그 예약 한 분이 바로 나다 ! 정확히 내가 47,252 번째 관객이었고, 나와 동행인은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마음껏 소리내며 전세낸 듯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 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 앞부분을 좀 많이 놓쳐서 아쉽다. 같이 영화 본 사람이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계신데, 정말 요즘 대학생들 딱 영화 속 그대로 무기력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족구왕 회사 버전이 있었으면 아마 내가 무기력한 직장인 272번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영화 속 주인공은 정말 찌질하고 인기 없을 듯한 인물이다. 세상에 도대체 어디서 저런 배우를 구해왔는지, 더 이상의 적역은 도저히 있을수가 없다. 불가능하다, 그 이상의 캐스팅은. '복학생이 족구하는 영화'라는 시놉은 그로 인해 완성된다. 토목과와의 족구대회 결승전 중에 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완전 감동의 물결을 몰아친다. 눈물날 뻔... 족구가 뭐라고 왜이렇게 애끓지?

우주에서 가장 지루하게 산 인물의 조금 덜 지루한 청춘 재방송. 대부분의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빅재미를 주는,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심장 부근 간질거림을 양팔가득 선사하는 5월 같은 청춘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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