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은 사이즈의 상영관에서 봤다는 것 정도.
물론 이것도 영화가 잘못한 건 아니고 이 영화의 위대함을 몰라본 나의 불찰일 따름..
큰 상영관에서 한 번 더 볼 예정.
잔재주가 난무하는 요즘 영화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묵직한 액션 영화.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에서의 질주는 복잡한 도심에서의 질주씬보다 스피드감은 덜하지만,
대신 오직 전투와 생존만을 위해 개조된 야만적인 탈것들의 중압감이 선사하는 무게감이 굉장하다.
고도로 설계된 정교한 자동차의 기술들 대신,
생존에의 돌진만이 존재하는 굵고 진한 직선 같은 영화.
말하자면, 두 시간짜리 예고편 같다.
두어번 쉬어가는 타임을 빼고는 쉴틈없이 관객을 몰아치는데,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영화 끝나고도 한참동안 여전히 심장이 계속 쿵쾅대더라는.
가히 모든게 잘 어우러지는 한 편의 근사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영화의 배경과 장면, 의상, 또 다른 주인공인 탈것들의 디자인 모두가 그야말로 야만적이다.
야생도 야성도 아니고, 야만이라는 단어가 꼭 맞는다.
이토록 완전히 조화롭게 가상 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을 볼 수 있는건 대단한 행운인 것 같다.
심지어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정도로 감격.
이 노감독이 가진 묵시록같은 세상을 극복하려는 주체와 그들을 대하는 시선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굳이 철학적 사유를 부여하지 않아도 부족함 없이 훌륭한 영화지만,
대사도 별로 없는 와중에 주제의식과 사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으니 그저 대단할 따름.
다만, 페미니즘이라는 사조를 굳이 갖다붙이려는 건 이 영화의 순수한 오락적 가치를 바래게 하는 불필요한 수식어일 뿐더러,
실상 주체적 여성을 그리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
이를테면 와이프이자 애완동물이던 여인들의 캐스팅이 지극히 현대적 기준의 모델들이었다는 점이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퓨리오사 캐릭터의 사고방식이나 의사결정, 신체적 능력 등은 남성적이라 볼 수 있다는 점 등.
소설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그린 신석기 시대가 문득 떠올랐는데, 자원의 획득 주체가 남성인 원시사회를 상상해보면 이 영화에서 여성의 지위와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종교와 세뇌에 관한 풍자가 더 돋보였는데,
사랑으로 갱생한 눅스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라... 어쩐지 감독판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포함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작품의 의도가 얄팍한 계산에 의한 가식이든, 어찌할 수 없는 의식의 한계에 의한 묘사이든간에,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의 가치는 액션이다.
몇몇 육탄전과 대부분의 자동차 격투씬으로 이루어지는 이 영화의 액션은 진심으로 요 근래 본 영화들 중 가장 날것의 느낌이었다.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호주 바이크대회 우승자들과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이 직접 스턴트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느낌이 살아있다.
잔재주가 없다고 앞서 묘사했지만, 대신 영화의 배경과 같은 세계에서라면 정말 취했을 법한 다양한 전투 방법이 그려진다.
극 초반 워보이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폭렬탄과 창으로 공격하는 장면은 고대 로마 등에서 사용하던 2인1조의 전차와 유사하고,
후반에 나오는 장대의 탄성을 이용한 전술에는 허, 참! 싶었다.
<몬스터>를 보진 않았지만, 여우주연상 수상할만하다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던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무척 좋았고,
아껴마지 않는 톰 하디도 당연히 매우 좋았다.
<배트맨>에서도 얼굴에 뭐 뒤집어쓰고 나오더니 여기서도 절반을 뒤집어쓰고 나와서 좀 애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합성같은 목소리는 절대우위.
지인은 오랜만에 영화에서 <X-File>의 멀더와 스컬리 같은 전우애와 썸 사이의 기류를 느껴서 좋았다고 했는데,
극 후반부에서 맥스의 애절한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는 이 삭막하고 남성적인 영화의 거의 유일한 심쿵파트 ㅎㅎ
(그래도 내 마음속에 톰하디 최고의 작품은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이 영화가 별로였다는 사람은 딱 두 명 봤는데, 그들은 원래부터 로맨틱 코메디가 취향인지라...
그게 아닌 이상에야 모든 이들의 심장을 바운스바운스하게 할 명작이 아닌가 한다.
명작은 다 옛날에 만들어져서 더이상 나올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결론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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